영화 《승부》 리뷰｜스승과 제자, 바둑판 위의 마지막 수

바둑은 침묵 속의 전쟁이다. 돌 하나를 놓는 데 아무 말도 없지만, 수만 가지 계산과 감정이 얽혀 있다.
영화 《승부》는 바로 그 조용한 전쟁터 위에서 스승과 제자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관계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성장과 상실, 그리고 세대 교체의 본질을 묻는다.

 

사진=나무위키

 

응씨배로 시작된 전설

 

영화는 1988년 제1회 응씨배 국제 바둑대회 결승전으로 시작된다.

조훈현 9단이 중국의 섭위평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한국 바둑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역사적 순간이다.

 

실제로 응씨배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바둑 대회로, 조훈현은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증명했다.
그 뒤를 이은 이창호 역시 세계 최정상의 기사로 활약했지만, 응씨배에서의 우승은 단 한 번뿐이었다.

그만큼 이 대회는 희소하고, 어렵고, 상징적인 무대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회차	연도	우승	준우승	점수
1	1988~89	🇰🇷 조훈현	🇨🇳 녜웨이핑	3-2
2	1992~93	🇰🇷 서봉수	🇯🇵 오타케 히데오	3-2
3	1996	🇰🇷 유창혁	🇯🇵 요다 노리모토	3-1
4	2000~01	🇰🇷 이창호	🇨🇳 창하오	3-1
5	2004~05	🇨🇳 창하오	🇰🇷 최철한	3-1
6	2008~09	🇰🇷 최철한	🇰🇷 이창호	3-1
7	2012~13	🇨🇳 판팅위*	🇰🇷 박정환	3-1
8	2016	🇨🇳 탕웨이싱	🇰🇷 박정환	3-2
9	2020~23	🇰🇷 신진서	🇨🇳 셰커	2-0
10	2024	🇯🇵 이치리키 료	🇨🇳 셰커	3-0

 

 

조용한 무너짐, 조훈현의 첫 패배

 

응씨배의 영광 이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스승과 제자의 갈등 구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창호와의 공식 대국에서 처음으로 패한 순간,
조훈현은 더 이상 둘 곳이 없음을 깨닫고 고요한 충격에 빠진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안 되나...?”

 

 

세 글자지만, 그 속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돌을 둘 곳이 없다는 단순한 의미 너머로,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자각,

 

그리고 제자가 자신을 넘어섰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무거운 인정이 담긴 말이다.

그 장면에서 조훈현의 표정은 담담하다.

그러나 관객은 그 침묵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 느낄 수 있다.
늘 이겨왔던 자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결승 앞에서, 스승의 마지막 고백

 

영화 후반부, 마지막 대국을 앞둔 조훈현은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하듯 고백한다.

 

“나는 한 수 앞을 보며 살았다.
그 아이가 내 자리를 넘어서리란 걸 알았다.
오늘만큼은, 스승이 아니라 기사로서 두고 싶다.”

 

 

이 대사는 조훈현이라는 인물이 평생 쌓아온 승부의 태도,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는 마지막 태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치 바둑판에서 물러나는 기사로서의 인사처럼 들린다.

이병헌은 이 장면에서 과장 없이, 눈빛 하나로 깊은 감정을 전한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이창호, 조용한 승자의 얼굴

 

유아인이 연기한 이창호는 말보다는 수로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스승을 넘어서야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고, 결국 그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승리를 결코 찬란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이창호의 마지막 표정은 무언가를 잃은 사람처럼 보인다.

스승을 넘는다는 것이 단지 이긴다는 의미만은 아니라는 걸,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바둑을 넘어선 이야기

 

《승부》는 바둑을 잘 몰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돌을 하나 놓는 것 같지만, 그 한 수에 인생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걸 보여준다.

스승과 제자, 성장과 물러남, 자존심과 인정.
그 모든 것이 고요한 바둑판 위에서 격렬하게 교차한다.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사진 = 승부 공식예고편

 

마무리하며

《승부》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 관계의 복잡함, 세대 교체의 아픔, 그리고 승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조용한 장면 속에 담긴 강한 감정은
관객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남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이들도,
한 번쯤 이 영화 속 ‘승부’를 마주해볼 만하다.

 

사진= KBS 교양 /실제 대국 장면

 

 

 

전설의 사제지간 영화 '승부'의 두 주인공 조훈현9단 과 이창호9단!두전설 의 일상생활 밀착취재

[특종 비디오저널]KBS 980206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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